내가 병중에서 마음 속 깊이 깨달은 것은 고통은 때때로 다른 형태로 나타난 축복이라는 것이다. 이건 괜히 내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감사의 제목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건 막 아프기 시작했을 때 '그래 좋게 생각해보자' 했을 때는 절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정말 무능해지고 정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할 때 어쩔 수 없이 내가 움켜쥐었던 것을 놓을 수 밖에 없을 때 갑작스레 찾아온 깨달음인 것 같다.
내가 깨달은 것들, 혹은 내가 결심한 것들에 대해서 리스트 업하고 싶다.
1. 내겐 감사할 것들이 많다.
사랑하는 가족,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 살 집이 있다는 것, 과거에 비해 나아진 의료여건들 (신약들, 장기이식 기술의 발전,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등), 풍부한 의학정보들 (책들, 인터넷 등)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내가 한 때 가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때 나는 신체적 지체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사람들은 당장은 불편한 것들이 많지만 병세의 악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내 팔다리를 주고 멀쩡한 간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물론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저 내 처지가 답답했으니까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욕심을 모두 다 좇으려다 보니까 오는 것 아니겠는가? 보통 사람이 가진 욕심과 똑같은 욕심을 가지고 살려고 하면 남들 하듯이 과로해야 되고 야근해야 되고 그러다 보면 내 몸이 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한 때 부러워한 장애인들도 어차피 자기의 장애를 인식하고 그 범위 안에서 살며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며 감사하며 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도 그저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목표를 세우고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처지가 그리 비관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정해놓은 일의 분량만큼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너무 과도한 목표를 세워놓고 아둥바둥 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내어쫓는 것 같다.
현재 나에게는 내 병이 근본적으로 - 일시적인 호전 말고 - 기적적으로 좋아질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믿음이 생긴 것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내가 내가 뭔가를 하려고 아둥바둥 되었던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찾아온 선물이 아닐까 싶다.
2. 돈에 대해서 움켜쥐려고 하지 말자. 나눠주는 기쁨을 갖도록 하자.
나는 원래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가진 것도 별로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할 때 선뜻 큰 돈을 내놓았던 경험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요즘엔 인색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 되버렸다. 그렇게 된 동기 자체는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내 가족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모든 것을 부족함 없이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된 것이 내가 움켜쥐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돈은 저기 저만큼 계속 도망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에 관한 책들이 공통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 그건 진짜 부자가 되기 전에 부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마 자선에 관한 나의 생각은 이런 것 같다. 내가 부자가 되면 그 때가서 많이 나눠줘야지. 하지만 책들의 가름침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지금 내가 부자인 것처럼 행동해야니까 부자인 내가 나눠줘야 한다는 것.
이 생각이 들자마자 일단 월드비젼 선명회에 가입하여 방글라데시 아동을 후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만간 국내아동도 후원을 하려고 한다. 국내아동은 금전적인 후원뿐 아니라 과외공부를 해주는 등 내가 몸으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요즘엔 어떤 젊은 부부가 KIVA라는 단체를 만들어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작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할 수 있는 웹 사이트를 개설하였다. 마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같은 것을 웹 상에서 개설한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렇게 좋은 곳에 적용할 수 있다니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KIVA에 자주 들어가봐서 가끔씩 소액대출도 해주고 하면 내 마음이 많이 기쁠 것 같다.
3.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자.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너무 싫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다. - 오해하지 말 것은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집사람이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을 좀 즐기라고 자주 권고를 했어도 나는 그것이 잘 안되었다.
이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겠지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을 것 같다. " '죽기' 전에 '내'가 뭔가를 빨리 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도록 해야지." 어떻게 보면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가질 수 밖에 없는 마음이고 특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고 또 이러한 본능 때문에 발전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나는 좀 지나쳤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 위의 명제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1) '죽기' 전에 뭔가를 하자? --> 죽음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 죽기 전에 아무 것도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첫번째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이를 아얘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잠재의식 속에서 오히려 사람을 더 속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때때로 언젠가 나도 죽는다는 생각을 묵상함으로써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 자유롭고 알차게 살아나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에게는 신앙이 있고, 또 그 신앙을 지지해주는 특별한 체험도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죽기 전에 뭔가를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에 관해서다. 세상은 각종 success story로 모든 사람을 drive하고 있고 거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세상에서 끊임없이 보내는 이 signal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성경 속의 솔로몬은 세상에서 가지고 싶은 모든 것 - 돈, 명예, 지혜, 지식 (내가 제일 가지고 싶은 것!!!) - 을 다 가졌어도 끝내는 이 모든 것이 다 허망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염세적으로 보이는 그의 이 고백이 어떻게 보면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일에 대해서 감사하게 여기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역설적인 진리를 선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그 주어진 순간에 나에게 최고의 행복을 주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2) '내'가 뭔가를 해서 --> 세상 모든 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내가 아프기 직전까지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뭔가를 '전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력을 높이려면 바쁜 시간 쪼개서 공부를 해야하고 돈을 벌려면 아껴써야 하고... 다 맞는 얘기이다. 하지만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이 있다면 '나'도 뭔가를 해야하지만 '내'가 하는 일만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벌기위해서 아껴써야 하는 것 이외에 돈을 벌었을 때의 행복한 느낌을 미리 느껴보면서 '현재' 즐거워하는 일을 안했다는 것이다. '현재'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가 잘될 수가 있을까? 물론 아껴쓰지도 않으면서 부자가 된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꿈이 아니라 공상이겠지만, 아껴쓰는 것만 강조한 나머지 현재의 삶에 행복감마저 앗아버리게 된다면 그 역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들은 내가 병중에 깨달은 귀중한 교훈이지만 더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깨달음을 가졌다고 앞으로의 삶에 너무 자만하지 않고 겸손히 이 깨달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건강이 회복되면 이 깨달음에 대해 경시할 가능성이 많다. 그 때마다 내가 고통 중에 있던 시간을 기억하며 비싼 수업료를 들여가며 배운 귀중한 진리를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Friday, January 25, 2008
Books that I read in 2008 (Korean)
January
1. 춤추시는 하나님 (헨리 나우웬)
2. 영성에의 길 (헨리 나우웬)
3. 마음 (KBS 다큐멘터리)
4. 경청
5. 고맙습니다. 성령님. (손기철)
6. 시크릿
Feburary
7.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8. 고구마가 내 몸을 살린다. (진견진)
1. 춤추시는 하나님 (헨리 나우웬)
2. 영성에의 길 (헨리 나우웬)
3. 마음 (KBS 다큐멘터리)
4. 경청
5. 고맙습니다. 성령님. (손기철)
6. 시크릿
Feburary
7.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8. 고구마가 내 몸을 살린다. (진견진)
Wednesday, January 23, 2008
Day One (English)
This is the first article on my blog.
The first blog in my lifetime... It's too 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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